[더블콕] 나루토 가아라 VS 체인소맨 레제 편 — 어른들의 욕망이 만든 괴물아이, 희망편과 절망편

2026. 4. 26. 17:42콕뷰 콘텐츠 리뷰

출처 : (왼) 나루토_ⓒ 키시모토 마사시 / 슈에이샤 · TV 도쿄 · 스튜디오 피에로 (오)체인소맨 레제편_ⓒ 후지모토 타츠키 / 슈에이샤 · MAPPA

나루토 (NARUTO)
작가: 키시모토 마사시
연재: 주간 소년 점프, 1999~2014
단행본: 전 72권 (700화 완결)
장르: 소년 액션, 닌자, 배틀
애니메이션: 나루토 (2002~2007), 나루토 질풍 (2007~2017)
체인소맨 (Chainsaw Man)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
연재: 주간 소년 점프, 2018년 12월~2020년 12월 (1부)
단행본: 1부 전 11권 (97화)
장르: 다크 판타지, 액션, 호러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2025년 9월 개봉)

 

나루토 정주행하다가 체인소맨이 떠올랐다

요즘 친구랑 나루토 질풍전을 다시 보고 있다. 가아라 구출편을 보는데, 갑자기 체인소맨 레제가 떠올랐다.

장르가 완전 다르다. 하나는 닌자 배틀 소년만화고 하나는 다크 판타지 호러물이다. 시대도 다르다. 나루토는 1999년에 시작했고 체인소맨은 2018년이다. 근데 가아라와 레제를 보면 자꾸 겹쳐 보이는 게 있다.

둘 다 어른들의 욕망 때문에 괴물로 만들어진 아이들이라는 거.


괴물로 만들어지다

가아라는 바람 마을의 병기로 태어났다. 마을을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갓난아이한테 일미 수학을 봉인해버렸다.

그걸 한 게 치요 할머, 모래 마을의 장로 할머니다. 가아라가 원한 게 아니다. 어른들이 마을 방어를 위해 아이 몸에 괴물을 집어넣은 거다.

그리고 그 결과 마을 사람들은 가아라를 괴물 취급했다.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레제도 마찬가지다. 소련 군부가 고아들을 모아서 전쟁 병기로 키웠다. 레제는 그중 하나였고, 폭탄의 악마 심장을 이식당했다. 어릴 때부터 자유 같은 건 없었다. 몇 번이고 자기 자신을 폭발시키면서 나라의 국익을 위해 소모되는 도구. 사람이 아니라 보병기였다.

둘 다 괴물로 만들어졌다.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전쟁과 욕망 때문에.


사소리 — 또 하나의 괴물이 된 아이

 

가아라 구출편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가 사소리다. 아카츠키에서 활동하는 괴물 같은 놈이고, 사이코패스에 살인귀라서 용서할 수는 없다. 근데 결국 이 아이가 원했던 건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나라 간, 마을 간 전쟁과 싸움 때문에 전장에 나갔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사소리를 키운 건 할머니 치요 였는데, 치요가 해준 건 대대로 내려오던 기술을 알려주는 것 뿐이었다. 사소리는 그 기술로 부모 모습을 한 인형을 만들었다. 사소리는 그 인형을 안으면서 사랑받고 싶어했지만, 인형은 인형일 뿐이었다. 결국 사소리도 망가졌다. 이것도 어른들의 전쟁이 아이를 괴물로 만든 거다.

가아라, 사소리, 나루토... 그리고 레제.  어른들의 욕망과 전쟁이 아이를 괴물로 만들었다.


동병상련을 만나다

 

가아라에게 나루토가 나타났다. 중인시험에서 둘이 싸우는데, 나루토도 구미가 봉인된 인주력이었다. 가아라와 같은 존재. 어릴 때부터 왕따당하고, 마을 사람들한테 비정상 취급받고, 혼자서 살아온 녀석.

근데 나루토는 달랐다. 같은 인주력인데, 같은 외로움을 겪었는데, 이 녀석은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가아라한테 그게 충격이었다.

나와 같은 존재인데 왜 이 녀석은 혼자가 아닌 거냐. 그게 가아라를 흔들었다.

그래서 나루토도 가아라에게 엄청 몰입한다. 자기도 원하지 않았지만 구미가 몸에 깃들어 있어서 어릴 때부터 왕따당하고 외롭게 지냈으니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아니까. 그래서 나루토는 목숨을 걸고 가아라를 지키고자 한다.

 

출처 : ⓒ 후지모토 타츠키 / 슈에이샤 · MAPPA

레제에게는 덴지가 나타났다. 덴지도 악마의 심장을 가진 존재다. 체인소의 악마 포치타의 심장이 몸에 있어서 체인소맨으로 변하는 놈이다. 피투성이, 어른들의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는 인생을 살아온 것도 똑같다. 레제가 덴지를 보면서 느낀 건 가아라가 나루토를 보면서 느낀 것과 같았을 거다. 나와 같은 놈이 여기 있다는 거.


같은 꿈을 꾸다

가아라는 나루토와 싸우고 나서 변했다. 자기만을 사랑하는 수라로 살겠다던 애가, 나루토를 보면서 자기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존재가 되겠다고. 평범하게 사람들 속에서 살고 싶다고. 그게 가아라가 꾼 꿈이었다.

레제도 꿈을 꿨다. 덴지는 레제에게 "같이 도망치자"라고 했다. 소련도, 공안도, 악마도 다 버리고 그냥 둘이 도망치자고. 이게 레제한테는 인생 전체를 건 말이었다. 전쟁 병기로 살아온 애가 처음으로 평범한 것을 원한 순간이었다.

둘 다 원한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냥 혼자가 아닌 것. 그냥 평범한 것.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사는 것.


 

 ⚠️ 이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희망편 — 가아라

출처 : ⓒ 키시모토 마사시 / 슈에이샤 · TV 도쿄 · 스튜디오 피에로

 

가아라는 이뤘다. 나루토를 만나고 변한 뒤, 바람 마을로 돌아가서 카제카게가 됐다. 처음에 괴물 취급하던 마을 사람들이 가아라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테마리, 칸쿠로 같은 동료들이 친형제와 같이 진심으로 가아라를 사랑하고 따르게 됐다.

근데 여기서 결정적인 장면이 나온다. 질풍전 가아라 구출편에서 아카츠키가 가아라를 납치해서 일미를 꺼내간다.

그로인해 가아라는 죽는다.

가아라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는 나루토를 보며 치요 할멈이 나선다. 평화가 아닌 더 강력한 무기만이 나라를 지키는 거라 생각했던 어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치요 할멈. 이미 사쿠라에게 감명받고 자신의 손으로 키워낸 손자 사소리를 죽인 후, 진정한 결자해지를 하기로 한다. 치요 할멈은 자기 목숨을 대가로 전생인술을 써서 가아라를 살린다. 자기가 괴물로 만든 아이를, 자기 목숨으로 되살린 거다.

자기 손으로 악의 뿌리를 뽑고, 자기 손으로 가아라를 살리면서 속죄를 한 거다.

이게 가아라가 희망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괴물로 만든 어른이 결국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목숨으로 책임졌다. 아이를 통해 어른이 변한 거다. 가아라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절망편 — 레제

 

레제는 못 이뤘다. 덴지라는 자기와 같은 존재를 만났고, 같이 도망치자는 꿈을 꿨는데, 그 평범한 것조차 이루지 못했다. 마키마가 기다리고 있었고, 레제는 죽었다.

가아라에게는 치요 바아가 있었다. 괴물로 만든 어른이 결국 책임을 졌다. 근데 레제에게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소련 군부는 레제를 만들어놓고 쓰다 버렸을 뿐이다. 아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결국 레제와 가아라의 결말이 갈린 건 이 차이다. 책임지는 어른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덴지도 레제와 같이 떠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었다. 가아라가 나루토 덕에 구출되고 마을로 돌아가는 장면이랑 대비하면, 체인소맨의 결말은 진짜 잔인하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희망을 보여주고 바로 부숴버린다.

레제편이 극장판으로는 단 한편일 분인데, 이렇게까지 여운이 남는 건, 결국 이 캐릭터가 원했던 게 너무 소박했기 때문이다. 세계 정복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고, 그냥 다른 또래들과 같이 평범해지는 것 분이었는데. 그것조차 안 됐다.


사소리와 아카자 — 닮은 괴물들

출처 : (왼쪽) 사소리 _ ⓒ 키시모토 마사시 / 슈에이샤 · TV 도쿄 · 스튜디오 피에로 (오른쪽) 아카자_ⓒ 고토게 코요하루 / 슈에이샤 · 아니플렉스 · ufotable

여기서 하나 더 떠오른 게 있다. 작년 한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갈아치운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누적 관객 약 570만 명. 거기에 나오는 아카자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아카자의 인간 시절 이름은 하쿠지. 아픈 아버지를 위해 약값을 훔치다가 문신형을 받고, 유일하게 자기를 인정해준 사부와 약혼녀가 독살당하면서 완전히 무너진 캐릭터다. 물론 괴물로 만들어진 목적이 가아라나 레제와는 다르다. 하지만 결국 자결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자기 안의 인간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소리와 닮은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사소리도 마지막에 치요 할멈이 꺼낸 부모님 인형 앞에서 스스로 당한 거다. 피할 수 있었는데 안 피했다. 부모님 인형에 안긴 채로 죽는 걸 선택한 거다. 이미 괴물이 된 자신을 부모님이 막아주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코유키가 나타나자 아카자가 스스로 자결한 것처럼, 사소리도 결국 괴물이 아닌 아이로 돌아가는 순간을 택한 거다.


같은 출발선, 다른 결말

가아라와 레제는 같은 출발선에 있었다. 어른들의 욕망 때문에 괴물로 만들어졌고, 동병상련을 만나서 변하기 시작했고, 평범한 삶을 꿈꿨다.

가아라는 희망편이다. 괴물로 만든 어른이 책임을 졌고, 가아라는 외로움에서 벗어났고, 사람이 됐다.

레제는 절망편이다. 책임지는 어른은 없었고, 같은 존재를 만났는데도, 그 평범한 것조차 이루지 못했다.

같은 이야기의 양면이다. 그래서 장르도 시대도 전혀 다른 두 캐릭터가 겹쳐 보이는 거다. 결국 둘 다 묻고 있는 건 같으니까. 어른들이 망가뜨린 아이가,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느냐는 거.


나루토라는 원형

나루토는 어쨌든 많은 소년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요즘 흔히 '귀주톱'이라고 하는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맨. 이 세 작품이 지금 시대의 소년 점프를 대표하는데, 그 원형에는 나루토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레제편은 솔직히 보면서 매우 유쾌하지는 않다. 좀 고어하고 주인공 '덴지'의 목적 또한 너무 불손(?) 하여 전체적으로 별로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근데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연출력과 스토리가 한몫한다. 

너무 길어서 각 작품의 모든 걸 다 넣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작품을 넘나들면서 캐릭터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분명 있다. 가아라를 보면서 레제가 떠오르고, 사소리를 보면서 아카자가 겹치고. 그게 정주행의 맛이다.

 

콕뷰 한 줄 평 : 괴물로 만들어진 건 똑같았다. 책임지는 어른이 있었느냐가, 희망과 절망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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