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21. 22:08ㆍ콕뷰 콘텐츠 리뷰

태풍태양 (The Aggressives)
감독: 정재은
각본: 정재은, 임연희
출연: 김강우, 천정명, 이천희, 조이진, 온주완
개봉: 2005년 6월 2일(한국)
러닝타임: 107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청춘
여름이 되면 꺼내보는 영화가 있다
요즘 너무 더워지고 있다. 하지만 찌는 더위는 아직 없는 여름이라 싱그럽고,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날씨다.
개인적으로 나는 여름이 되면 주기적으로 보는 영화가 있다. 태풍태양이라는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 "그런 영화가 있었어?" 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2005년 개봉 당시 관객 수가 6만 명도 안 되는 영화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김강우가 주연을 했고,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를 만들었던 정재은 감독의 작품이라서 좋아했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소녀들의 청춘이었다면, 태풍태양은 소년들의 청춘이다.

로그라인
평범한 고등학생이 인라인 스케이팅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한여름의 이야기.
줄거리
겉보기엔 평범하고 내성적인 고등학생 소요(천정명). 학교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우연히 인라인 스케이팅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최고의 고수 모기(김강우)를 만나면서 인라인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든다.
자유로운 영혼의 모기, 책임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갑바(이천희), 모기와 소요의 사이에서 쿨하게 존재하는 한주(조이진), 그리고 막내 쨍(온주완)까지. 이들은 팀을 이루어 인라인으로 도시를 누비고, 여름의 열기 속에서 청춘을 불태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모기에게 세계 대회 진출을 위한 CF 촬영 기회가 오지만, 스폰서의 요구는 자존심을 꺾는 것이다. 꿈을 위해 현실을 수긍하고, 자존심을 굽히고, 어른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은 서서히 와해되기 시작한다.
⚠️ 이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인라인이라는 소재, 청춘이라는 상징
2005년 당시 인라인 스케이팅, 그 중에서도 어그레시브 인라인은 지금으로 치면 스케이트보드 같은 스트리트 문화였다.
정재은 감독은 이 소재를 통해 청춘을 표현했다.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고, 레일 위에서 뛰어오르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것.
그 자체가 청춘의 메타포다.
특히 이런 청춘 영화는 전체 흐름도 중요하지만 중간중간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태풍태양에서는 듀스의 '여름안에서'에 맞춰 다 같이 막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를 여름마다 다시 보고 싶어진다. 땀 흘리는 여름, 그 자체가 청춘이라는 상징을 이 영화는 정말 잘 보여준다. 한국영화 최초로 비틀즈 음악이 삽입된 영화이기도 한데, 음악 하나하나가 장면의 감성을 확실하게 끌어올린다.
(인라인 뿐만 아니라 지하철 분실물 센터, 각 장소들과 청춘을 연결 시켜 본다면 더 풍부하게 볼 수 있을 것)
어른이 된다는 것
이 영화가 단순한 청춘 영화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냥 어른이 아니라 진짜 현실적인 어른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모기는 세계 대회라는 꿈을 위해 스폰서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사람이 현실 앞에서 자존심을 굽히는 순간, 그게 어른이 되는 거다. 갑바는 팀원들 사이에서 책임감을 짊어지다가 지쳐간다.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과 부딪히고, 결국 팀은 와해된다.
그런데 결말이 좋다. 어른들은 포기했지만, 막내였던 고등학생 소요만이 남아서 다음을 준비한다. 어른들이 놓아버린 것을 청춘이 이어받아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을 만든다. 포기한 어른들 사이에서 청춘만이 계속 달린다는 메시지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유다.

지금 보면 더 재미있는 이유
김강우, 천정명, 이천희, 조이진, 온주완. 지금은 중년이 된 배우들의 그 시절 젊고 어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다. 김강우의 자유분방한 모기, 천정명의 순수한 소요, 이천희의 책임감 넘치는 갑바. 캐릭터 하나하나에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이 2005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더 빛난다.
그리고 2025년에는 개봉 20주년 특별상영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기도 했다. 정재은 감독과 천정명, 이천희 배우가 직접 참석해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20년이 지나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힘을 증명한다.
솔직한 주의사항
물론 무조건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좀 예전 영화라서 촌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와... 무려 20년도 더 전이라니) 그리고 청춘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향수가 짙은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하다. 나도 너무 어릴 때 이 영화를 봤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깨닫기 전에 봐서, 해가 지날 수록 볼수록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던 감정들이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여름이 오면 한 번쯤 꺼내보시길 추천한다.
콕뷰 한 줄 평 : 땀 흘리는 여름이 청춘이었던 시절, 이 영화는 그때로 데려다준다.
※ 본 글의 이미지 저작권은 각 제작사에 있으며, 리뷰 목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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