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17. 11:33ㆍ콕뷰 콘텐츠 리뷰

제목: 1917
감독: 샘 멘데스 (Sam Mendes) | 각본: 샘 멘데스 & 크리스티 윌슨-케언스 (Krysty Wilson-Cairns)
촬영: 로저 디킨스 (Roger Deakins)
출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마크 스트롱, 앤드루 스콧, 리처드 매든,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개봉: 2019년 12월 25일(미국) / 2020년 2월 19일(한국)
러닝타임: 119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전쟁, 드라마
수상: 제92회 아카데미 3관왕 (촬영상·음향편집상·시각효과상) / 골든글로브 감독상·작품상(드라마) 수상 / BAFTA 7관왕
샘 멘데스 시리즈, 마지막 글
첫 번째 글에서는 007: 스카이폴로 샘 멘데스가 프랜차이즈를 예술로 끌어올린 이야기를 했고, 두 번째 글에서는 아메리칸 뷰티로 그의 데뷔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다뤘다. 시리즈 마지막 글에서는 그가 왜 다시 한번 위대한 감독인지를 증명한 작품, 1917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의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방식의 핵심에는 ‘원테이크’라는 연출적 선택이 있다.
로그라인
1917년 4월 6일. 두 명의 영국 병사가 적진을 가로질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실패하면 1,600명이 죽는다. 시간은 단 하루.
줄거리
1차 세계대전 서부전선. 독일군이 후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함정이다. 영국군 제2대대가 새벽에 총공격을 감행하면 적의 포위망에 걸려 1,600명이 전멸할 수 있다. 통신선은 끊겼고, 유일한 방법은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블레이크 상병(딘-찰스 채프먼)과 스코필드 상병(조지 맥케이)이 선택된다. 블레이크의 형이 그 대대에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적진이 된 무인지대를 가로질러, 폐허가 된 마을과 참호를 지나, 오직 하나의 목적 , 공격 중지 명령 전달을 위해 달린다.
이 영화를 봐야 하는 결정적 이유

1. 원테이크 — 히치콕의 ‘로프’에서 시작된 것이 여기서 완성됐다
1948년,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 ‘로프’에서 원테이크처럼 보이는 촬영을 시도했다. 당시 필름 릴의 한계가 약 10분이었기 때문에, 히치콕은 10분짜리 롱테이크를 10개 이어 붙이면서 배우의 등이나 가구 뒤로 카메라가 지나가는 순간에 컷을 숨겼다. 원테이크라는 연출 기법의 출발점이다.
1917은 그 유산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완성시킨 영화다. 실제로는 약 34개의 숨겨진 컷이 존재한다. 지나가는 사람의 몸, 참호 벽,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폭발의 섬광, 이런 장애물과 시각적 전환점을 이용해서 컷을 감췄다. 여기에 CG가 더해져 이음새를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8~9분짜리 롱테이크들을 이어 붙여 119분 전체가 마치 하나의 쇼트로 찍힌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2. 원테이크가 전쟁 영화에서 가지는 의미
여기서 중요한 건 ‘왜 원테이크인가’다. 단순히 기술적 과시가 아니다.
전에 포스팅 했던 '닉 오브 타임'이라는 영화가 있다. 조니 뎁 주연의 스릴러인데, 영화 러닝타임과 실제 극중 시간이 동일한 리얼타임 영화였다. 이 구조의 장점은 관객이 등장인물과 같은 시간 압박을 느끼면서 서스펜스에 완전히 빠져든다는 것이다. 원테이크도 같은 원리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전쟁 영화는 편집을 통해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잔혹한 장면은 빠르게 넘기고, 감정적인 장면은 클로즈업으로 잡고, 전투 장면은 빠른 컷으로 긴장감을 만든다. 하지만 1917에서는 카메라가 멈추지 않는다. 주인공이 참호를 걸으면, 카메라도 함께 걷는다. 그 과정에서 잘린 팔, 잘린 다리, 피가 낭자한 땅, 쥐가 기어 다니는 시체 위... 이 모든 것이 따로 보여주지 않아도 원테이크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것과 같다. 관객이 무대 위의 모든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시선 밖에 있는 전쟁의 참상까지 관객의 눈에 들어온다. 감독이 편집으로 가려주지 않기 때문에, 전쟁의 참혹함이 날것 그대로 전달된다. 그것이 원테이크가 이 영화에서 가지는 진짜 의미다.
3. 미장센에만 기대지 않는 스토리텔링
원테이크라는 기법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자칫하면 기술에만 기대는 영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샘 멘데스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스토리적으로도 서스펜스를 배치해서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동료의 죽음, 적 저격수와의 조우, 폐허가 된 마을에서의 추격, 강물에 떠내려가는 장면. 이 모든 것이 원테이크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터지면서, 관객이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의 여정이 너무나 고단해 보인다. 그 고단함이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에서 온다는 것이 이 영화의 진짜 저력이다.
4. 로저 디킨스와 스카이폴에 이어 다시 한번
스카이폴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로저 디킨스는 샘 멘데스와 함께할 때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1917에서 디킨스는 ARRI ALEXA Mini LF 카메라에 시그니처 프라임 렌즈를 장착하고, 3축 짐벌과 5축 안정장치를 활용해서 촬영했다. 영화의 80~90%가 자연광으로 촬영됐고, 일부 장면만 화재와 폭발의 빛으로 조명을 대신했다.
특히 밤에 폐허가 된 프랑스 마을을 지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조명탄의 빛이 무너진 건물 사이로 흘러들면서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실루엣 스카이폴의 상하이 실루엣 격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디킨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다.

5. 할아버지의 이야기 — 샘 멘데스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
1917의 이야기는 샘 멘데스의 친할아버지 알프레드 멘데스에서 시작됐다. 트리니다드 출신이었던 알프레드는 17세의 나이에 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했고, 서부전선에서 전령병으로 복무했다. 적진을 가로질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임무, 영화의 핵심 줄거리가 바로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의 멘데스에게 들려준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영화의 등장인물과 구체적인 사건은 허구지만, 그 뿌리에 가족의 기억이 있다는 사실이 이 영화에 무게를 더한다. 단순한 전쟁 액션이 아니라, 감독 개인의 역사가 녹아 있는 작품인 것이다.
연출자의 역할
전쟁 영화는 수없이 많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덩케르크, 지옥의 묵시록... 각각의 방식으로 전쟁을 그려왔다. 1917은 그 목록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추가했다. 원테이크라는 형식을 통해 관객을 전장 안에 집어넣고, 동시에 스토리의 힘으로 119분을 끌고 가는 것. 이런 걸 고민하고 실행하는 게 바로 연출자의 역할이다.
샘 멘데스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미장센으로 미국 사회를 해부했고, 스카이폴에서 프랜차이즈에 격을 부여했고, 1917에서 전쟁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었다. 세 편의 영화가 장르도 주제도 전부 다르지만, 그 안에 관통하는 것은 하나다.
관객을 어떻게 이야기 안에 가둘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고민. 그가 왜 위대한 감독인지, 이 시리즈를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콕뷰 한 줄 평: 카메라가 멈추지 않는 119분, 전쟁의 참혹함도, 한 사람의 고단함도, 전부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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