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닉 오브 타임 – 딸을 살리려면 주지사를 죽여라, 조니뎁의 새로운 얼굴 (1995)

제목: 닉 오브 타임 (Nick of Time)
감독: 존 바담
출연: 조니 뎁, 크리스토퍼 월켄, 찰스 듀튼, 글로리아 루벤
개봉: 1995년(미국)
러닝타임: 9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스릴러, 액션
OCN이 틀어주던 영화를 그냥 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영화 정보를 검색해서 골라 보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달랐다. OCN 같은 채널에서 틀어주는 대로 보는 게 일상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주말의 명화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걸 보기도 했고, MBC 영화 대 영화 같은 프로그램도 있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적었으니까, 방송사의 큐레이션이 곧 내 영화 리스트였다. 그렇게 채널을 돌리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빠져서 본 영화가 있다. 그게 바로 닉 오브 타임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연이 조니 뎁이었다.
로그라인
딸이 인질로 잡혔다. 주어진 시간은 90분. 주지사를 죽여야 딸이 산다.
줄거리
회계사 진 왓슨은 6살 딸 린과 함께 LA 기차역에 도착한다. 그 순간, 경찰이라며 나타난 남자가 딸을 인질로 잡고 총을 겨눈다. 요구는 하나. 90분 안에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암살하라. 거부하면 딸이 죽는다. 평범한 가장이 거대한 음모의 한가운데에 던져진다.
이 영화를 봐야 하는 결정적 이유

1. 러닝타임 = 극 중 시간, 실시간 스릴러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러닝타임 90분이 곧 극 중 시간 90분이라는 거다. 영화 속 시계가 흘러가는 속도와 내가 영화를 보는 속도가 같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보는 사람도 주인공과 똑같은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 60분 남았네"가 아니라 "진짜 60분밖에 없다"가 되는 거다. 서스펜스가 구조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영화다.
2. 평범한 가장이 주인공이라는 것
보통 테러를 막거나 암살을 저지하는 주인공은 특수요원이거나 경찰이다. 근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회계사다. 총도 못 쏘고, 싸움도 못 하고, 딸 하나 지키는 게 전부인 평범한 아빠. 그런 사람이 억지로 범죄에 끌려들어간다는 설정 자체가 재밌다. 지금이야 이런 구조의 영화가 많아졌지만, 1995년에 이 설정은 꽤 독특했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도 평범한 남자가 거대 사건에 얽히는 류의 영화가 많은데, 그 원류 중 하나라고 봐도 된다.
3. 조니 뎁이 잭 스패로우가 아니던 시절
조니 뎁이라고 하면 캐리비안의 해적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이 시절의 조니 뎁은 달랐다. 화려한 분장도 없고, 과장된 연기도 없다. 그냥 평범한 아빠다. 딸을 살리기 위해 공포에 질려 있고, 손이 떨리고, 판단이 흔들린다. 그 평범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관객이 "저 사람이 나라면?" 이라고 느끼게 만드니까.
4. 크리스토퍼 월켄의 존재감
악역 스미스를 맡은 크리스토퍼 월켄. 이 배우는 서 있기만 해도 불안하다. 차갑고, 조용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람. 조니 뎁의 평범함과 월켄의 위협이 부딪히는 장면마다 긴장감이 터진다.
5. 중간중간 반전이 물린다
편인 줄 알았는데 적이었다거나, 믿었던 사람이 뒤통수를 치거나 – 이런 반전들이 실시간으로 터진다. 지금은 이미 수많은 영화가 답습한 구조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매우 독특했다. 그리고 실시간 구조 안에서 반전이 터지니까 체감 임팩트가 다르다. 멈출 시간이 없다.
6. 골든슬럼버와의 차이
비슷한 구조의 영화로 '골든슬럼버'가 있다. 책으로는 재밌었는데 영화로는 당위성이 부족하고 억지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닉 오브 타임은 그런 게 없다. 딸이 인질이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당위성 하나로 90분을 끌고 간다. 억지가 아니라 진짜 빠져든다.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영화다.
7. 요즘 영화로 비교하자면 – 캐리온
최근 넷플릭스에서 나온 '캐리온(Carry-On, 2024)'을 봤다면 감이 올 거다. 평범한 공항 보안요원이 협박을 받아 범죄에 끌려들어가는 구조. 닉 오브 타임과 뼈대가 거의 같다. 평범한 사람, 인질, 제한된 시간, 거대한 음모. 캐리온을 재밌게 봤으면 닉 오브 타임은 반드시 봐야 한다. 30년 전에 이미 이 구조를 완성한 영화니까.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
과거의 영화들이 좋은 이유가 있다. 그 당시에는 이런 구성 자체가 독특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평범한 사람이 사건에 휘말리는 영화가 넘쳐나고, 실시간 구조도 '24시' 같은 드라마가 대중화시켰다. 근데 그 모든 것의 앞에 이 영화가 있었다.
방송사가 큐레이션해주던 시절, 채널 돌리다 우연히 만난 영화가 이렇게 기억에 남는다. 그게 좋은 영화의 힘이다. 알고 찾아본 게 아니라 그냥 틀어놨는데 끝까지 봤다는 건, 그 영화가 90분 동안 나를 놓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추천사
다이하드 같은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액션 스케일은 다이하드보다 작지만, 서스펜스는 오히려 더 조인다. 90분 내내 숨 못 쉬는 경험을 하고 싶으면 이 영화다. 넷플릭스 캐리온을 재밌게 봤다면 이건 필수다.
다만 너무 쫄리는(?) 영화를 싫어하면 비추다. 진짜 내내 쫄린다.ㅎㅎㅎ
한 줄 평 (콕뷰) :
90분이 실시간이다. 숨 쉴 틈이 없다. 딸을 살리기 위해 뛰는 평범한 아빠, 영화 보다보면 내가 아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