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리뷰 – 유해진이 증명한 것, 장항준 감독에게 바라는 것 (2026)

2026. 3. 29. 15:43콕뷰 콘텐츠 리뷰

출처 : 쇼박스 공식 유튜브

영화 정보
감독: 장항준 | 출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외
개봉일: 2026년 2월 4일 | 러닝타임: 116분 |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누적 관객: 1,500만 돌파 (2026년 3월 기준) | 손익분기점: 260만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 안 보려고 했다.

개봉하자마자 보러 가려다가 타이밍을 놓쳤는데, 그 사이에 본 사람들이 너무 꺼드럭대는 거다.
“펑펑 울었다”, “단종이 어쩌구 저쩌구...” "아직도 안 봤어요?"

같은 반응이 줄줄이 쏟아지니까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기대치가 올라가면 실망도 커지는 법이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근래 천만 영화가 없었는데, 이 영화에는 대체 어떤 특별한 게 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는 걸까.

2024년 최고 흥행작이었던 '파묘’도 넘기고, 3월 기준 1,500만까지 갔으니까. 단순히 "좋은 영화"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숫자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 나는 이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흥행과는 좀 거리가 멀었지만 '리바운드’를 재밌게 봤다. 이야기를 발굴하는 눈이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는 하고 있었다.

 

관람 전에 하나 더 눈에 들어온 건 손익분기점이었다. 260만.

사극 영화는 원래 돈이 많이 든다. 세트, 의상, 소품 하나하나에 비용이 들어가고, 촬영 기간도 길고, 준비하는 데만 해도 일반 영화의 몇 배는 걸린다. 그래서 사극은 보통 BP가 400만~700만 사이인데, 왕사남은 260만이라고? 실제로 다른 사극들과 비교해보면 이게 얼마나 낮은 숫자인지 바로 체감이 된다. (요즘 물가로 계산해보면 엄청난 차이)

영화 제목 총 제작비 손익분기점(BP) 관객수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100억 약 350만 추정 1,232만
관상 (2013) 100억 300~340만 913만
명량 (2014) 190억 600만 1,761만
안시성 (2018) 220억 580만 544만 (아쉽지만 실패)
한산 (2022) 312억 600만 726만
노량 (2023) 346억 720만 480만 (실패)
왕과 사는 남자 (2026) 105억 260만 1,500만+

※ 제작비·손익분기점은 각 배급사 발표 및 언론 보도 기준

 

그래서 개봉 전에 궁금했던 건 이거였다. 105억으로 사극을 만들었으면 어딘가에서 아꼈을 텐데, 그게 화면에서 티가 나지 않을까? 돈을 덜 쓴 게 눈에 보이면 아무리 이야기가 좋아도 몰입이 깨지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었던 만큼 느낌도 반반이었다. 칭찬할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분명히 있는 영화였다.


유해진, 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왕과 사는 남자’다. 여기서 '남자’는 유해진이 연기한 촌장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사실상 그 '남자’의 영화였다.

어찌나 연기를 잘하시던지. 유해진 배우에 의한 영화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코믹한 장면에서도, 무겁고 슬픈 장면에서도 관객의 감정을 끌고 가는 건 결국 이 배우였다. 유해진하면 코믹 연기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 영화에서는 웃기면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 균형이 쉽지 않은 건데.

같이 본 친구들이 T 중의 T인 사람들이었다.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눈가가 촉촉해졌다고 하더라. 감정 표현에 인색한 사람들의 눈가를 적시게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유해진의 연기와 그 상황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는 뜻이다.

이번 영화로 유해진은 모든 걸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입체적이지 못하다, 일차원적이다, 이런 평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거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라는 걸, 이 작품으로 확실히 보여줬다.

 

유지태, 존재 자체가 포스

유지태 배우도 빼놓을 수 없다. 풍채, 눈빛,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 왕의 위엄과 무게감이 느껴졌다. 배우 자체의 아우라가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캐스팅이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 역할은 유지태여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지훈, 기대에 비해 아쉬웠던 분량

개봉 전부터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에 대한 홍보가 꽤 많았다. 15kg 감량, 첫 사극 도전 같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왔고, 그래서 박지훈이 이 영화의 중심축 중 하나일 거라 기대했는데, 막상 보니 분량이 생각보다 적었다. 유난을 떨었던 것에 비해 실제 비중이 아쉬웠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연기 자체가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기대치 조절이 잘못된 느낌이었다.


출처 : 쇼박스

 

장항준 감독, 칭찬과 쓴소리를 함께

장항준 감독에 대해서는 칭찬과 쓴소리를 동시에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칭찬. 나는 이 감독이 엄청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누구도 이견이 없을 거다. 될 만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도, 그걸 영화로 만들어내는 것도 감독의 눈이고 실력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재를 골라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구조로 짜는 능력은 확실히 뛰어나다.

그리고 ‘리바운드’ 때도 느낀 건데, 주연 배우들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이 이 감독의 강점이다. 관객이 주인공뿐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이 가게 만드는 능력. 이번 영화에서도 그 부분은 잘 살아있었다.

하지만 쓴소리를 하자면, 연출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만큼 감독의 색이 화면에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에서 '연출’이라고 느낄 만한 부분이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교가 좀 가혹할 수 있지만, 예를 들어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등장하는 장면의 임팩트를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한명회 등장씬은 그에 비해 힘이 빠져 있었다. 같은 사극인데, 인물의 등장만으로 관객의 등골이 서늘해지게 만드는 연출적 장치가 부족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배우들에게 묻어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장 분위기가 좋았고, 배우들이 잘해줬고, 그 결과물이 좋은 영화가 된 것. 그것도 감독의 능력이라면 능력이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 봤을 때 감독의 연출이 두드러지는 작품은 아니었다.

작가로서가 아니라, 연출가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나리오는 기승전결이 완벽했다

과거 영화를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시나리오 구조는 기승전결이 완벽했다는 것이다.

한줄 후킹, 시놉시스도 좋고.

도입부에서 상황을 세팅, 갈등을 만들고, 중반부에서 긴장감을 쌓고, 클라이맥스에서 터뜨리고, 마무리 깔끔하게 떨어진다.

이건 장항준 감독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더 진한 감동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부 가짜가 아니니까. 이 이야기의 뿌리가 실제 역사에 있다는 사실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천만까지 갈 영화인가?

천만 영화를 보고 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이게 천만까지?” 라는 생각. 그런데 이 영화는 좀 달랐다. "천만까지 갈 영화였나?"보다는,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꽤 크다.

간만에 극장에서 돈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늦게 봐서 수정됐을 수도 있겠지만, 말 많았던 호랑이 CG도 그렇게까지 거슬리지 않았고.

보러 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보러 가라고 말하겠다. 유해진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하다.

 

콕뷰 한 줄 평:
유해진이 끌고, 유지태가 받치고, 장항준이 이야기를 깔았다. 연출의 아쉬움은 있지만, 극장에서 볼 가치는 충분한 영화.